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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습니다./에세이

오두막 편지



여백을 아는 삶

살면서 무언가 채우기에 급급합니다.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지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없이 말초적인 본능에 휩싸여서 그것을 가지기에 급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님들의 삶을 보면은, 물론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청빈한 삶을 추구하면서 필요 이상의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취하면 그것으로 인하여 또다른 번민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최신형 전자기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요즘 세대, 유행에 따라서 많은 의류를 갖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당장에는 그것을 취함으로서 행복을 누릴지 모르지만 그 소유욕으로 인하여 또 다른 번민에 휩싸이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침묵, 근검, 절제..

말과 글을 머리에 생각이 나는데로 내뱉다 보면 그 말과 글로 인하여 곤욕을 당하는 일이 숱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말과 글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속이 다 밖으로 나와 속이 텅 빔을 느낍니다.
말과 글은 창보다 무서워 한번 뱉으면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 독으로 돌아 올 수가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말을 잘 들어 주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은 또다른 나를 보는 것과 같다는 선인의 말씀을 되새겨 보면 그러한 세상에 내가 오물을 쏟아 버릴 것이 아니라 근검하고 절제하여 나를 대하듯 세상을 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육체를 가졌으니..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세상은 나를 통해서 보는 것이고 번민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말씀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면 내 자신이 얼마나 세상의 얼룩에 더럽혀져 있는지 알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은 육체에 구속된 영혼이기에 정신적 자유로 가는 것에 있어서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 보라는 이야기 앞에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루 생활하기에도 벅찬 사람은 정신적 자유에 대하여 생각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하고, 갖은 것이 많아 부족한게 없는 이는 그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육체에 많이 속박당하며 게을러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고승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오두막에 기거하며 글을 썼던 법정스님을 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