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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습니다./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

 

 

 

시간, 그리고 사람

 

  소방대원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의 뜻을 이어받은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해 손님들의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면서 자신의 시간을 팝니다.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엉뚱한 의뢰, 천국의 우편 배달부가 되어 달라는 의뢰 등 여러 가지 의뢰가 이어집니다. 온조는 아르바이트로 시작은 하였지만 자신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보탬이 되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은 사람, 시간, 그리고 인간의 유한성에 대하여 아주 편안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온조의 어머니가 죽은 온조의 아빠를 잊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이성으로 온조의 생물선생님인 불곰을 사랑하게 됩니다. 온조의 어머니는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고 하여도 온조의 아빠를 잊은 것이 아니라 가슴에 간직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한 엄마의 심정을 온조는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엄마의 행복을 위하여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또, 유년시절 과잉보호로 인하여 부모를 매정하게 대하여 결국에는 부모의 임종에도 가지 않게 되는 아버지를 둔 강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강토의 할아버지는 결국 강토의 아버지를 고소하게 되고 그간 보내준 학비를 돌려 줄 것을 요구합니다. 강토는 그러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문제를 시간을 파는 상점에 의뢰하고 온조에게 할아버지와 식사를 같이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온조는 할아버지와 식사를 몇번 같이 하면서 손주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되고 결국 고소를 취하하게 되고 어느정도 강토의 아버지와 화해를 합니다.

  학교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그러한 도난사건의 범인으로 생각되는 학생이 자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년 뒤 또다시 학교에서 PMP도난사건이 발생합니다. 도난사건으로 학교는 또다시 술렁이게 되고 학생의 처벌에 대하여 논의가 진행됩니다. '네곁에'라는 아이디를 쓰는 의뢰인은 온조에게 PMP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 줄 것을 의뢰합니다. 도난사건의 범인이 또다시 작년의 학생처럼 자살을 생각할까하는 염려에서 입니다. 하지만 도난사건의 범인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학교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지리산을 정처없이 걸어다닙니다. 하지만 그를 끝까지 도와준 '네곁에'의 정이현의 고마움을 잊지 못해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자신의 도벽증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갑니다.  

 

  사람은 살면서 모두 저마다의 시간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은 자신의 머리속에 고이 간직되어집니다. 또한, 그러한 시간들이 지금의 나와는 별개의 것이 아닌 그로 인하여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사람은 한평생을 살면서 유한한 시간을 저마다 부여받게 됩니다. 유한하여 슬픈 것인가 기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을 사는 사람 중에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상이라고 불릴 수 있는 기준은 또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을 안은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한 나약한 사람들은 혼자서는 너무도 세상이 힘이 듭니다. 그래서 그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안은채 서로에게 힘이 되어 또다른 시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유한한 시간안에서의 나약한 인간, 시간을 지니고 또다른 시간을 만들어 가는 인간,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