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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습니다./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서울고 2학년 재학 중(1963)에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벽구멍으로』로 당선작 없는 가작입선을 했다.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전개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등 파격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예지가 돋보이는 뛰어 난 단편들과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장편 등 깊이와 넓이를 고루 갖춘 작품들을 끊임없이 탄생시켰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이 책의 시작부분을 보면 저자가 암투병 중 손톱이 빠져나가는 아픔을 무릎쓰고 약 2달간의 기간동안 책을 집필하였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의 죽음앞에서 과연 일이 손에 잡힐까하는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저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언어유희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제목인 '낯익은'은 '낯설은'의 이음동의어라고 책에 나옵니다. '낯익다'와 '낯설은'은 둘다 어렴풋이 무언가를 알거나 모르기 때문에 동의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책의 제목이 반어적이지만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낯설은 자신들의 도시'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K라는 이니셜의 인물은 어느 휴일인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고 자신의 주위 모든 것이 낯익으면서 낯설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아내, 자신의 딸,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강아지, 자신이 쓰는 스킨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바뀐 사실을 가지고 K는 주위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K는 K1, K2로 나뉘고 자신이 아닌 또다른 자신이 있음을 생각하고 그를 만납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K라는 인물이 자신의 주위를 의심하면서 자기 자신을 추적하는 이 소설의 이야기 전개 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그리고 곳곳에 섬세한 작가의 표현력도 볼만 한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긴장감도 있어서 읽어 내려가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어둡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인을 의심하면서 누군가 자신을 조정하고 있다고 의심하며 결국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아마도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외감 또는 외로움'으로 어느정도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도 모른체 타인들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수많은 도시인들을 접하면서 어딘지 낯익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들과는 동질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립감속에서 자신은 오히 더욱 낯설어지고 자신이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소설에서는 어느 느낌을 전달하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큰 힘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개인의 자아분열과 타인으로터 느끼는 고립감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타인들은 낯익지만 왠지 그들로부터 더욱 고립된 것 같고 낯익어야 할 자신은 오히려 더욱 낯설기만하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낯익은타인들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최인호 (여백미디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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